2nd SOLO EXHIBITION in 1996

  • 2nd SOLO EXHIBITION
  • #1996_04_UNTITLED_130x205cm_acrylic on canvas

전시제목: TRACE

전시장소: 단성갤러리

오히려 낙서인양 꾸며지는 회화의 유쾌한 음모 -「담벽」과 「회화」의 공존율

윤우학 | 미술평론가, 충북대교수 (평론 글 중 발췌)

허청의 낙서작업은 본질적으로 「평면(平面)」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담벽」과 「회화」의 「이질적 공존(異質的 共存)」이라는, 이상한 만남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 만남의 메시지가 꾸며가는 유쾌한 음모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너저분하고 지저분한 표정을 갖는 담벼락의 낙서들이 그 수다스러운 이미지와는 달리 허청의 회화적 묘법, 스톱모션의 영상기법을 통해 붙박힌채 침묵해가는 모습들이 바로 그것이며 이들은 「회화」라는 뜻밖의 시각적 하렘을 만나 낙서 본래의 나른한 일상적 사유의 잉여분을 표류시키며 얌전하게 조형적 어문법속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작가는 낙서라는 사뭇 통속적인 소재를 회화에 등장시키면서도 그것이 어디까지나 회화적 우미(優美)에 세척되고 살균된 존재로 남게되길 바라는 희망의 한 표현으로서 그러한 오버랩을 개입시킨다는 말이며 이것은 사실상, 통속적이고 대중적인 것을 즐기고 좋아하면서도 천성이 우아한 성품의 껍질을 달고 태어난 작가 자신의 예술적 기질의 이율배반성 때문이기도 하다.

실상 우리는 이러한 이율배반성으로 말미암아 그의 작업에서 언제나 시각적인 음모가 자리잡게 된다는 것을 발견케 되며 그것은 「고상한 회화의 통속화」 에서 보다는 오히려 「낙서인척 내숭을 떠는 우아한 회화의 애교」에서 재미와 매력을 찾을 수 있는 현대인 특유의 시각적 속성과 결합된 하나의 유쾌한 음모이기도 하다. 그것은 과잉속에 결핍을 느낄 수 밖에 없는 현대도시인들의 어떤 목마름과 더불어 점차 경박스러워지는 그들의 마비되고 상실된 도시정서를 일방적으로 몰아세우지 않으면서도 그 갈증을 해소시키며 한 차원 높은 사색적 여유를 그들에게 안겨주는 시각적인 음모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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