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d Solo 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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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낙서인양 꾸며지는 회화의 유쾌한 음모

담벽과 회화의 공존율

 

윤우학 | 미술평론가, 충북대교수

 

 

허청의 낙서작업은 본질적으로 「평면(平面)」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담벽」과 「회화」의 「이질적 공존(異質的 共存)」이라는, 이상한 만남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 만남의 메시지가 꾸며가는 유쾌한 음모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너저분하고 지저분한 표정을 갖는 담벼락의 낙서들이 그 수다스러운 이미지와는 달리 허청의 회화적 묘법, 스톱모션의 영상기법을 통해 붙박힌채 침묵해가는 모습들이 바로 그것이며 이들은 「회화」라는 뜻밖의 시각적 하렘을 만나 낙서 본래의 나른한 일상적 사유의 잉여분을 표류시키며 얌전하게 조형적 어문법속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1996_01_TRACE_61x73cm_mixed media_1996

TRACE_61x73cm_mixed media_1996

 

 

#1996_02_TRACE_38x46cm_mixed media_1996

TRACE_38x46cm_mixed media_1996

 

 

 

그것은 마치 작가 자신이 낙서 조련사라도 되는 양, 앵무새처럼 떠들어대는 메시지의 홍수들을 가볍게 통제하고 조율한 채 그들을 담벽이라는 통제불능의 장소로부터 회화라는 보다 특별하고 우아한 장소로 이동시키며 마치 조형적 퍼즐을 맞추어가듯 새로운 평면적 질서에 순응시키는 장면처럼 보이게 한다.

 

 

#1996_03_TRACE VARIATIONS_23x23cmx4_mixed media_1996

TRACE VARIATIONS_23x23cmx4_mixed media_1996

 

 

 

사실 이러한 질서에는 작가 자신의 예술에 대한 특별한 시각과 그 메커니즘이 오버랩되어 하나의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그것은 『오늘에 있어서 낙서가 당연히 예술의 일부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필연성과 동시에 낙서는 낙서일 뿐 도저히 예술의 일부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역설의 시각』이 서로 엇갈리는 것을 의미하고 작가는 이 엇갈림을 의도적으로 조율한 채 그 기묘한 체험이 유쾌한 시각적 즐거움으로 자리잡게 한다.

 

 

#1996_04_UNTITLED_130x205cm_acrylic on canvas_1996

UNTITLED_130x205cm_acrylic on canvas_1996

 

 

말하자면 작가는 낙서라는 사뭇 통속적인 소재를 회화에 등장시키면서도 그것이 어디까지나 회화적 우미(優美)에 세척되고 살균된 존재로 남게되길 바라는 희망의 한 표현으로서 그러한 오버랩을 개입시킨다는 말이며 이것은 사실상, 통속적이고 대중적인 것을 즐기고 좋아하면서도 천성이 우아한 성품의 껍질을 달고 태어난 작가 자신의 예술적 기질의 이율배반성 때문이기도 하다.

 

 

#1996_05_TRACE_130x162cm_mixed media_1996

TRACE_130x162cm_mixed media_1996

 

#1996_06_TRACE_130x162cm_mixed media_1996

TRACE_130x162cm_mixed media_1996

 

 

실상 우리는 이러한 이율배반성으로 말미암아 그의 작업에서 언제나 시각적인 음모가 자리잡게 된다는 것을 발견케 되며 그것은 「고상한 회화의 통속화」 에서 보다는 오히려 「낙서인척 내숭을 떠는 우아한 회화의 애교」에서 재미와 매력을 찾을 수 있는 현대인 특유의 시각적 속성과 결합된 하나의 유쾌한 음모이기도 하다.

 

 

#1996_07_TRACE_181x227cm_mixed media_1996

TRACE_181x227cm_mixed media_1996

 

 

 

그것은 과잉속에 결핍을 느낄 수 밖에 없는 현대도시인들의 어떤 목마름과 더불어 점차 경박스러워지는 그들의 마비되고 상실된 도시정서를 일방적으로 몰아세우지 않으면서도 그 갈증을 해소시키며 한 차원 높은 사색적 여유를 그들에게 안겨주는 시각적인 음모이기도 한다.

 

 

#1996_08_TRACE_130x162cm_mixed media_1996

TRACE_130x162cm_mixed media_1996

 

#1996_09_TRACE_130x162cm_acrylic on canvas_1996

TRACE_130x162cm_acrylic on canvas_1996

 

 

기실, 그의 회화에는 언제나 뚜렷하게 구별되는 사실적 이미지가 등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이러한 음모의 중심에 작가의 흔들리지 않는 균형감각이 끊임없이 작동되고 있음을 가볍게 증명하는 예로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그의 예술적 이중성이 의미와 역할을 갖는 하나의 가치적 부분이라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1996_10_A TRIBUTE TO JERRY GARCIA_44.5x136.5cm_mixed media_1996

A TRIBUTE TO JERRY GARCIA_44.5×136.5cm_mixed media_1996

 

 

#1996_11_I LOVE YOU_130x162cm_mixed media_1996

I LOVE YOU_130x162cm_mixed media_1996

 

#1996_12_UNTITLED_51x73cm_mixed media_1996

UNTITLED_51x73cm_mixed media_1996

 

#1996_13_GOOD MORNING MAN_52x49cm_mixed media_1996

GOOD MORNING MAN_52x49cm_mixed media_1996